별이 가득 찬 밤하늘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우주의 무한한 매력 속에서 별들은 단순히 빛나는 점이 아닌,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예로부터 별자리는 여행자와 유목민,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의 나침반이자 시계였다.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 운동을 하고 있는데,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의해 매일 약 1°씩 서쪽으로, 매시간 약 15°씩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특성 덕분에 사람들은 시간과 방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별자리는 기원전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 남쪽 바빌로니아 유목민들이 별의 위치를 보다 쉽게 기억하기 위해 별을 몇 개씩 묶어 연결하던 것에서 시작하였다. 별자리는 지중해 해상 무역을 하던 고대 이집트 상인을 거쳐 고대 그리스에 전해지고 점차 신화나 전설과 결합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별자리는 인류의 삶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겨울에 가장 잘 관측되는 황소자리의 산개성단이다. 매우 밝아 맨 눈으로도 6개~14개의 별을 볼 수 있다. 밝은 별이 여럿 모여있는 독특한 형상은 예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북미 호피 인디언들은 이 성단을 자기 조상의 고향이라고 믿었고, 페루 잉카 제국 이전 사람들의 신화에도 플레이아데스에서 찾아온 신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남쪽 통로 입구는 봄의 첫 날 플레이아데스가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성경에도 세 번 등장한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2,357년 중국 문헌이, 서양에서는 기원전 750년 '일리아드'를 쓴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남긴 기록이 최초로 이 성단을 언급한 기록이라고 알려져있다. 플레이아데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의 ‘출항하다’에서 유래하였는데, 이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일곱 별이 고대 그리스인들이 항해에시작하던 시즌에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하늘에 떠오르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수확을 위한 낫을 갈고 바다에 배를 띄웠다고 한다.
일곱 자매의 별
플레이아데스 인물관계도(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플레이아데스)그리스로마신화에서 플레이아데스는 티탄 신족인 아틀라스와 오케아니스(오케아노스의 딸)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7명의 딸들로 아틀란티데스라고도 불린다. 플레이아데스가 어떻게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는가. 플레이아데스는 사냥의 여신이자 처녀신인 아르테미스의 시중을 드는 님페인데, 구애하며 쫓아오는 오리온을 피해 7년이나 도망 다니는 것을 측은히 여긴 제우스가 모두 비둘기로 바꾸었다가 나중에 하늘의 별자리가 되게 하였다고 한다. 나중에 오리온도 별자리가 되었는데, 오리온자리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뒤쫓는 듯한 형태를 하고 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곱 개의 별 중 유독 하나가 다른 별들보다 빛이 약하다. 이것은 저 혼자만 인간과 결혼한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몸을 숨겼던 메로페가 변한 별이라고도 하고, 아들 다르다노스가 건설한 트로이가 그리스군에 패해 멸망한 것을 탄식하는 엘렉트라가 변한 별이라고도 한다.
또 다른 전승에 의하면 플레이아데스는 아마조네스 여왕의 딸들로, 춤추며 노래하는 합창대나 밤에 벌어지는 축제 등은 모두 그녀들이 처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플레이아데스의 이름은 코키모, 글라우키아, 프로티스, 파르테니아, 마이아, 스토니카아, 람파도이며, 칼립소와 디오네 등도 종종 플레이아데스의 하나로 소개되기도 한다.
플레이아데스 자매들의 이야기는 강인한 여성성과 창조력의 상징으로 읽힐 수 있다. 아마조네스 여왕의 딸들로서의 전승은 특히 이를 강조하는데, 이는 여성들이 사회와 문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임을 상징한다. 춤과 노래, 축제의 창시자로서 플레이아데스는 생명력과 창조의 힘을 나타내며, 이는 여성적 원리와 연결된다. 또한 플레이아데스 신화는 변화와 영원성의 주제를 다룬다. 신들의 행동이 우주적 질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 결과가 우주에 어떻게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와 인간 세계에 반영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별자리의 형성은 영원히 지속되는 변화의 결과로, 고대 신화가 현대까지 전해지면서 우리가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겨울을 알리는 별
우르케르는 플레이아데스의 또 다른 이름이다. 카자흐스탄 신화 속에서 우르케르는 겨울을 부르는 전령이었다. 이들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휴식을 취하는 8개월동안 지상의 가축들은 혹한과 기아에 고통받았다. 이 때 젖소가 묘안을 떠올리는데, 지상에 여름만이 영원히 지속되게 하기 위해 우르케르를 파괴하자는 것이었다. 젖소는 별들이 한 데 모여 잠을 자는 틈을 이용해 발굽으로 별들을 짓밟았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7개의 별들이 젖소의 발굽 가운데 갈라진 틈새를 통해 빠져나와 하늘로 날아올라간 것이다. 숨진 별은 단 한 개 뿐이었다. 이 때부터 카자흐스탄의 겨울은 10월부터 4월까지 7개월동안 이어지게 됐다. 젖소가 별 한 개만을 해치운 탓에 8개월동안 이어지던 겨울이 단 1개월 줄었다는 것이다. 우르케르는 카자흐스탄 언어로 '놀란 자들'이라는 뜻인데, 젖소의 발길질에 놀란 별들을 의미한다.
이 이야기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 사이의 영원한 연결고리와 상호작용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별자리가 계절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아이디어는 많은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신화나 전설은 자연 현상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설명을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 이야기는 자연의 순환과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말과 젖소가 겨울을 없애려는 시도는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며, 결국 자연의 질서와 균형을 해치는 것으로 묘사된다. 플레이아데스 별자리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고, 겨울이 계속되는 것은 자연의 순환을 방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풍흉을 점치는 별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우리나라에서 좀생이별로 불렸다. 좀생이의 좀은 작다는 뜻이고 생이는 별 성(星)자에 주격 조사 이가 붙은 것이다. 따라서 작은 별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용어다. 좀생이별과 관련된 세시풍속을 소개해보려한다.
음력 2월 6일인 좀생이날의 중심 행사는 좀생이보기이다. 좀생이보기는 농점의 하나로 좀생이별과 달 사이의 거리를 보아 그 해 풍흉을 점치는 풍속이다. 음력 2월 6일이면 반달과 좀생이별이 서쪽 하늘에 나란히 뜨는데, 달은 밥을
머리에 이고가는 어머니로 좀생이별은 어머니를 따라가는 아이들로 여겼다. 별이 달과 나란히 가거나 한 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앞서 가면 길하고, 만일 너무 가까우면 아이들이 배가 고파 보채는 걸로, 너무 멀면 배가 고파 기진맥진한
것으로 보고 그 해는 흉년이 들어 어린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다고 하는데, 징험해 보니 제법 맞는다고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기록되어있다.
이러한 관측은 고대부터 전해져 오는 지혜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하늘의 변화를 관찰해 자연의 신호를 해석함으로써 농업 사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었다. 기록된 바와 같이 이 풍속은 단순한 미신이 아닌 오랜 기간 축적된
관찰과 경험에 기반한 지식의 전달이다. 천체 현상을 통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려는 시도는 과학적 방법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자연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을 반영한다.
마무리
플레이아데스 성단에 대한 다양한 신화와 전설은 이 성단이 단순한 별무리를 넘어 인간의 상상력과 정서를 깊이 자극하는 대상임을 입증한다. 플레이아데스를 바라보는 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인류의 지혜와 문화를 함께 바라보는
행위와 같다. 밤하늘에서 빛나는 이 별들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며 고대 선조들의 삶과 꿈, 이야기를 오늘날에도 전해준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별을 통해 자연과 우주에 대해 더 깊이 사유하게 만들며, 인간과 우주와의 소통 방식을
탐구하게 한다. 이처럼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단지 눈에 보이는 별들의 집합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문화와 전통의 살아있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