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묵묵하게 이루어낸 합격의 순간들 ··· 관세사 겸 변호사 유지은 동문(국제무역학과 08)
“어떤 감정의 변화가 찾아오든,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을 그저 묵묵하게 수행하면서 몇 mm만 늘려가도 되는 것이 아닐까요?" 변호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등 우리나라에는 ‘8대 전문직’이라 불리는 직업이 있습니다. 이 8대 전문직을 하기 위해선 흔히 ‘고시’라고 하는 어려운 시험에 통과해야 하고 합격 후에도 일의 난도가 높다는 점에서 인정받는데요. 합격까지 보통 2~3년 정도 걸리고, 갈수록 합격이 어려워져 오랜 기간 수험 생활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그중에서도 무려 두 개의 고시에 합격한 동문이 있는데요. 바로 국제무역학과를 전공한 유지은 동문(국제무역학과 08)입니다. 유지은 동문은 재학 당시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임했을 뿐만 아니라 졸업 후엔 우직한 마음으로 공부한 결과 관세사 시험에 붙었습니다. 이후 관세사로서의 커리어를 고민하던 중 로스쿨에 진학했고 이번 12회 변호사 시험 역시 합격했습니다. 유지은 동문이 가진 목표와 그가 만들어 낸 멋진 합격의 순간들을, 투데이건국이 전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관세사에 이어 이번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국제무역학과 08학번 유지은입니다. 저는 건국대 재학 시절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려 노력했어요. 그리고 졸업 후 관세사 시험에 도전했고 관세사 합격까지 3년 반 정도 걸렸어요. 4년 차 유예로 합격한 셈입니다. 관세사 일을 하다가 지금은 변호사 일을 하고 있어요. 변호사는 맞지만 아직은 수임료를 받을 순 없는 수습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변호사로서 수임을 받기 위해선 변호사법 제31조의 2(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수입제한)에 따라 6개월 이상 수습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재는 수습 변호사로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알찬 학부 생활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KU-GTEP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학부 때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1학년 때에는 소모임이나 동아리 활동을 했고, 2학년 때부터는 학과 학생회 활동을 하기도 했죠. 그러던 중 학과 공지를 보고 GTEP 3기 요원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이때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과 해외 마케팅을 대행하면서 무역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우는 무역도 재미있었지만 실제로 무역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겪어볼 수 있어 무역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활동 중 하나로 무역 현장에 견학 가고 국내외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무역에 더욱더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후 4학년 1학기에는 독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는데, 외국에서 공부하고 또,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경험 가능한 활동에 주저 없이 도전했고, 그 경험을 통해 진로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무역학과에서 진행하는 KU-GTEP 사업이 궁금합니다.
GTEP(이하 ‘지텝’)은 무역 전공생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 생각해요. 지텝이란 지역 특화 청년무역전문가 양성사업인데요. 쉽게 말해, 이론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학교육에 실무지식과 현장 경험을 접목하여 기업 현장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입니다. 수료 조건도 있어서 체계적입니다. 제가 참여했던 3기의 경우 국제무역사, 무역 영어 등 무역 전공생이라면 누구나 따고 싶어 하는 자격증을 따고 인턴십도 수료해야 했어요. 이외에도 현장 견학, 전시회 참가 등 무역과 관련된 많은 활동을 해야 지텝 수료가 가능했습니다. 1년 반 정도 지텝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다양한 걸 하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전공과 관련되어 있으니까요. 혼자서 스펙을 쌓으려면 늘어지기도 하고 정보가 부족해 힘든 경우도 있는데, 지텝에서는 그 안에서 무역 관련 활동을 정말 다양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니까 편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사업인 만큼, 지텝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건국대학교 GTEP사업단’ 홈페이지도 있으니까요.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KU-GTEP 사업 경험자로서, 기억에 남는 활동이 무엇인가요?
그때 한 실무 경험이 기억에 남아요. 저는 건국대에서 첫 기수로 지텝 사업을 경험했어요. 그만큼 선례가 없어 직접 부딪히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실무 경험 중 하나로 기업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제가 맡은 상품이 지방에 있는 회사에서 작게 시작한 건데, 그래서인지 홍보가 잘 안되더라고요. 무엇보다 홍보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문 카탈로그도 직접 만들어서 메일을 엄청 전달하고 박람회에 직접 들고 가서 알리기도 했습니다. 해외 전시회에도 가서 해외 바이어에게 직접 그 물건을 설명하면서 노력했어요. 제가 직접 부스를 꾸미면서 오프라인 홍보도 하고, 온라인 웹 페이지 상에서 판촉물을 만드는 온라인 홍보도 했는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더라고요. 이후 실제로 바이어와 계약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무역 외에도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죠. 이후 현장실습으로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게 될 정도로 그때의 경험이 제 학교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보다 추진력을 얻은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무역과 마케팅은 비슷한 점이 많은데, 지텝하면서 둘 다 경험했던 것들이 관세사로 일할 때도 그렇고 변호사로서 무역 관련 사건을 다룰 때도 도움이 되었어요.
졸업 후 관세사 시험을 보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학부 재학 당시 코트라(KOTRA)에 가고 싶었어요. 코트라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라는 곳인데, 무역을 전공하는 사람에게 꿈의 기업 중 하나입니다. 국내외 기업 간의 투자나 산업 기술 협력을 지원하고 해외 전문 인력 유치, 정부 간 수출 계약 등 무역과 관련된 일을 해요. 정말 가고 싶어서 코트라 인턴도 8개월간 했었고 국제무역사, 무역영어 1급,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거기에 꽂혀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실제 입사로 이어지진 못했어요. 열심히 했는데 잘 안되길래 내 길이 아니구나 하고 단념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두 달 정도 진로를 고민했고 저는 제 전공을 좋아해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고시를 선택했어요. 그래서 관세사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고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이전에 코트라 준비하며 겪은 실패가 결국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마련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히려 그때의 실패가 나쁜 실패가 아니었음을 배운 거죠.
관세사로 일하던 중 변호사에 도전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관세 법인에서 일하면서 관계 법령을 찾아보고 해석해야 하는 일이 많았는데, 새로운 법령을 찾아보고 해석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법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이야기인데요. 관세사 준비하면서 관세법이나 외국환거래법, 특례법 등의 그런 정도는 달달 외울 정도로 했는데 그 외의 것들은 본 적이 없었어요. 일할 때 찾아봐야 아는 법령들이 있는데 그걸 봤을 때 애매모호한 경우도 있고 해석의 여지가 있어 판단이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행정법, 민법, 상법처럼 상위 법령을 배운 적이 없어서 처음으로 로스쿨을 고려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놓칠 것 같아 더 망설이지 않고 로스쿨 입시를 준비했어요. 사실 관세 법인에서 이미 일을 하고 있었다 보니 입시에 완전히 몰입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일을 할수록 점점 법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요즘 세상이 뭘 하든 레드오션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면서 로스쿨 준비를 놓지 않았습니다. 관세사면서 변호사인 게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전문성도 그렇고 직업적인 비전을 봤을 때도 분명히 좋은 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로스쿨에 입학했고 자연스레 변호사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관세사와 변호사, 두 전문직에 합격할 수 있던 비법은 무엇인가요?
고시는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합격합니다. 처음에 공부할 때 책상에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게 익숙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집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어요. 이 때문에 두 번의 시험에서 아주 아깝게 불합격했다고 생각해서, 마지막 시험 준비를 할 때는 모든 에너지를 공부에만 쏟았습니다. 아침 9:30부터 새벽 1:30까지 공부했고, 과목별로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을 지켜서 공부했으며 식사 시간도 타이트하게 정해서 낭비되는 시간이 없도록 공부 시간을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그러니까 합격하더라고요. 관세사에 합격하고 나서, 합격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잠시 포기하고 조금은 혹독할지라도 시험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런 깨달음은 후에 변호사 시험 준비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고시는 ‘아, 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나름의 컷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 높게 생각하고 공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인지 마지막 시험에서는 실제로 합격 컷보다 더 높게 합격했습니다. 확실히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이 해야만 붙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변호사 시험 준비 기간과 수험 생활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로스쿨 합격 후 선행학습을 하는데 저는 로스쿨 합격 후 다니던 법인 퇴사를 하면서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려 2월 초에야 퇴사했습니다. 그래서 선행 학습을 못한 채 입학해 1학년 때에는 학업을 따라가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2학년 때부터는 법 공부에 적응하기도 했고, 공부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성적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로스쿨 재학 기간 3년을 마치고 초시, 그러니까 첫 시도 만에 제12회 변호사 시험 합격을 했습니다.
사실 제대로 된 수험 기간 시작 전 1학년 때는 내 공부를 하는 느낌과 평일에 자기 시간이 생긴 느낌에 좋았던 기억으로 가득합니다. 출근에 익숙해져 있다가 학교 가니 좋더라고요. 본격 2학년, 3학년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나는 고시생이다’ 마인드로 다녀서 집과 학교를 반복하고 새벽 1시에 집에 가고 그랬습니다. 제 삶을 단순화하려 한 거죠. 고시하면서 공부 습관은 잡혀있어서 편했어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50% 정도 되지만 거의 허수가 없습니다. 모두 졸업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거든요. 졸업 시험도 통과하지 못하면 시험을 못 보니까요. 그러니까 아 절반이나 되네 하는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 절실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걸 계속 생각했어요. 저는 특히 공부하는 곳과 쉬는 곳을 분리했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집은 편히 쉬는 곳, 학교는 열심히 공부하는 곳. 이렇게 나누고 이걸 잘 지켰을 때 스스로에게 보상도 주니까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수험 생활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성숙한 태도가 중요해요. 고통스럽지만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기도 하고요. 어떤 감정의 변화가 찾아오든,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을 그저 묵묵하게 수행하면서 몇 mm만 늘려가도 되는 것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건국인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학교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진로나 나의 취업과 관련이 없는 활동이라도 좋아요.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경험이 나의 자양분이 되고, 경험으로 배우는 것은 평생 남습니다. 저는 지금 변호사 일을 하고 있지만 제 전공, GTEP 활동, 교환학생 경험, 관세사 자격증 등이 저의 독특한 차별성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학부 때만 할 수 있는 경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노는 것도 다 경험이 되고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 오로지 취업에만 매몰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여기서 놀면 뒤처진다고 생각하고 남들은 다 커리어 쌓아갈 때 나만 아무 생각 없나 생각할 수 있는데 다양한 경험해 보는 것이 좋거든요. 봉사활동이 되든 해외 봉사가 되든 이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너무 학교, 도서관을 반복하는 그런 삶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학교 안에서 내가 해볼 수 있는 것 다 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서 진로를 다시 고민할 수 있고 자신을 알 수 있거든요. 건국인의 모든 경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