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성장을 위해 현재에 대한 피드백은 좋은 거름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우리 인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에 작용한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영화 또한 예외라고는 할 수 없지요. 1895년 시작된 영화 역사 이래 영화는 수많은 관객들과 평론가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지금의 영화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흔히 영화 비평은 평론가들이 하거나 전문가들이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지만, 단순하게 영화 비평은 영화에 대한 나의 관점을 타당한 근거를 들어 설명한 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비평 작업들을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영상영화학전공 학생들은 비평가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비평가들의 수장을 모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영상영화과 3기로 입학하여 현재 학업과 병행하여 학과 내 비평 동아리에서 비평부장을 맡고 있는 이창훈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 소개 감사합니다! 형식적인 질문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처음 영화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A 음.. 저한테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야 따지면 정말 많지만 영화에 대한 강한 끌림이 생겼던 것은 10대 때 에드가 라이트 감독님의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때부터인 것 같아요.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다른 좀비물과 달리 굉장히 특별했어요. 에드가 라이트의 남다른 컷구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장치들에게 현혹된 듯 갑자기 영화의 매력에 매료됐던 것 같아요. 그 후로 영상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 열정이 생겨서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가까운 친구들이랑 UCC를 재미로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창렬이는 배고픕니다>라는 타이틀로 17대 대선 먹방 광고를 패러디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화장실에 휴지가 없어 여자 화장실 들어갔다 전여친 만난 남자> 같은 영상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영상을 만들어서 남들에게 보여주면 재밌다고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는데 그런 자극들로 인해서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영상을 만들게 되었던 것 같아요. 차츰 영상에 대한 열정이 조금씩 처음 영감을 받았었던 영화로 이어지게 되며 영화로 완전하게 자리 잡고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상당히 어린 시절부터 영화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오셨군요! 그럼 영화의 어떤 매력이 창훈씨를 사로 잡았는지, 과연 그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세요!
A 그렇죠. 어린 시절부터 생각했던 영화의 매력은 옛날 소노 시온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현실에서는 쉽게 저지를 수 없는 범죄를 영화에선 저지를 수 있단 점이라던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무언가를 관음하고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생각했었고 저 또한 그러한 생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었어요.
근데 요즘 드는 생각으로는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 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말 그대로 현실을 반영하여 비추어주는 그 진심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 겨울, 나는> 이라는 영화를 보고 영화가 직접 들려 주는 진심이 느껴지며 울컥하여 눈물을 흘렸는데, 그 당시에 그 영화가 관객에게 주었던 감정과 눈물은 그 해 봤던 어떠한 영화보다도 '진짜'로 느껴졌습니다.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진심을 전달할 수는 있지만 그 세기의 정도가 영화보다는 미약하지 않을까, 정말로 진실된 진심을 담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영화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것은 또 영화만의 언어로 언제나 관객과의 대화를 하기에 영화만의 감성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창훈씨가 언제나 영화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잘 느껴지네요. 그렇다면 사실 오늘의 주제인 영화에 대한 비평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단순히 사전적이나 이론적으로 정의된 비평의 의미보다는 창훈씨가 생각하는 비평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제 생각에는 비평이란 영화에 있어 무한한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영화는 비평이 없었다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도 이만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해 글을 쓰면 그 영화와 한 몸이 되는 것 같고, 곧 제 자신의 것이 되는 거 같아요. 단순히 영화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개인의 성장으로 이뤄지고, 영화와 사회에 대한 시각도 깊어지게 되는 내면의 성장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자신의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을 느끼고 가치관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끼게 돼요. 내가 어떤 영화를 하고 싶은지,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조금씩 내리게 도와주는 것이 비평인 거 같아요.
Q 그럼 비평이라는 것은 영화에 대한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뿐아니라 스스로도 내외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발판인 셈이네요. 비평을 위해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계속해서 찾아볼 것 같은데 그럼 가장 최근에 인상적이게 본 영화있으면 소개부탁드려요!
A 제가 최근에 영상 도서관에서 합법적으로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거인과 완구>(1958)를 봤는데 그게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대표작인 <눈먼 짐승>에서도 두드러지게 보이고,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들을 통해서 인간의 날 것 그대로의 욕망 추구를 하는 감독이란 걸 알 수 있는데 그것을 대부분 섹슈얼을 통해 노골적으로 표출했었던 것을 느꼈었어요. 근데 이 <거인과 완구>는 야스조 작품 중에서도 그런 날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성공 욕구가 깊게 느껴졌었어요. 오로지 인물들이 처한 상항과 영화적 리듬만으로 프레임 자체를 꽉 차게 구성하는 걸 보면 ‘이게 우리 할아버지가 16살 때 나온 영화가 맞다고?’ 의심을 할 정도로 현대사회의 병든 구석을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에요.
저는 ‘관객에게 메세지를 한정하고 강요하는 영화보다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얘기를 공유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거인과 완구는 그 시대에 있어 사회초년생 청춘들이 겪는 사회적 갈등과 허무를 풍자하면서 ‘지금은 어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서는 광고와 매스컴에 의한 본질의 추락, 예술에 대한 대중 인식은 그저 소비되는 오락,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현대사회에선 무의미한 사랑을 주로 다뤘는데 2022년인 지금 거의 7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는 동안 그 무엇 하나 나아진 게 없는 거 보면 사회는 늘 암울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인과 완구는> 시대를 앞서가며 미래를 내다 본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앞으로도 쭉 회자가 될 것 같은 그런 영화입니다.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 할 사람이라면 조심스레 한 번 추천드리고 싶어요.
Q 비평부에서 활동을 하면 영화추천마저 이렇게 세련되게 할 수 있는 것이었군요? 저는 단순히 재미없다 재미있다하면서 추천하고는 했는데.. 한 수 배워갑니다! 그럼 비평부장으로서 창훈씨가 속해있는 비평부에선 정확히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A 프랑소와 트뤼포가 그랬었죠..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데 있어 두 번째 단계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다. 한 마디로 비평부는 영화를 사랑하는 활동단체입니다. 영화를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쉬운 부분은 아쉬운 대로, 좋은 부분들은 왜 좋았는지에 대해 각자 자기의 논점으로 영화를 해체하고 때론 이어보며 글을 써 내려갑니다. 이제 그러한 각자의 글들을 합하여 저희는 비평지라는 저희의 비평이 실린 계간지를 발행합니다. 이렇게 발행된 계간지들은 전국 각지의 예술영화관으로 전달이 되고 게시가 됩니다. 학생이라는 신분이지만 사실 모두가 이미 비평가로서 이름을 전국에 떨치고 있는 셈인것이죠.
Q 우와.. 어떻게 보면 비평가가 되기 위해 준비를 하는 과정이지만 사실 이미 비평가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네요. 창훈씨의 말을 통해보면 비평이라는 것이 사실 단어가 낯설어서 그런 것인지 어렵다고들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비평을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그런 분들에게 창훈씨가 한번 쉽게 풀어서 한마디 조언을 해주세요!
A 종종 비평이란 것은 남이 전혀 생각하지 못할 정보를 기록해야 된다라는 식으로 비평을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학생을 봅니다. 물론 그것도 비평의 한 종류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비평의 기본은 작품 자체를 사랑하고 그렇기에 더 탐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사랑하고 작품에 애정이 있다면 누구나 비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그렇듯 예술에는, 영화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비평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삶에 대한 질문을 늘상 던지듯 영화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글로 풀어보는 것입니다. 그저 작품을 만든 창작인과 대화를 나눈다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비평부에 들어오시면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언제나 비평부는 여러분의 도전을 환영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Q 그 말을 들으니 저도 비평부에 가입하고 싶어지는데요? 이렇게 깨알 홍보까지 놓치지 않으시는군요! 오늘 좋은 말씀을 많이 나눠주셔서 저조차도 벌써 마음이 풍요로워지네요. 비평에 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을 들었는데 앞으로도 꾸준하게 비평활동을 이어가실 지에 대해서 궁금해요!
A 저는 연출과 시나리오를 주로 작업하지만 비평부에 소속되어 글을 쓰는 것은 마치 제가 트뤼포나 고다르처럼 코리안 누벨바그의 기수로서 활동하는 기분이기에 다른 이변이 없는 한 되도록 그 기분을 꾸준히 느끼고 싶습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지속적인 비평활동과 비평부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Q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언제나 창훈씨가 준비하는 모든 영화의 과정들을과 그 앞날을 응원할게요. 또한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창훈씨뿐 아닌 다른 비평을 하는 부원들의 비평들도 기대하고 기다릴게요!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한마디 해주시고 마치도록 할게요!
A 비평이란 것이 어렵게 느껴져도 단순히 나의 생각을 글로 쓴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내 안에 존재하는 추상적인 것들을 실물화하여 남들을 납득시킨다고 설득의 과정이라고 보시면 편하실 겁니다. 부족한 저의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과 해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우리 영화라는 종교 아래, 신도로 계속 살아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