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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미술비평가는 무엇으로 사는가…생존을 위한 진화 몸부림

작성자
문화콘텐츠학과
조회수
2920
등록일
2019.12.16
수정일
2024.03.28

우리학과 박사과정생 문정현 원우가 참여한 <현대미술비평 잡담회>의
경향신문 기사입니다.

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032141005&code=960202#csidx9de68fa1c4e6c4db137d4594cf201d5



‘현대미술비평 집담회’서 드러난 한국 비평가의 현주소
“미술 독해방식, 분과학문에 매몰…또 다른 대안을 찾아나서야”
영화·시각문화 비평, 사회활동가로…새로운 역할 찾기 분주

한국 미술계에서 ‘미술비평(가)의 위기’란 말은 이제 상투적일 정도다. 미술계 밖은 물론 내부에서조차 비평·비평가(평론가)의 영향력·존재감이 미약하다. 비평(가)의 죽음이란 말까지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주례사 비평’으로 대표되는 하나마나한 비평,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변적·현학적인 글쓰기, 전업 비평가로선 생존하기 힘든 발표지면의 부족과 비현실적 원고료, 소수의 제한된 독자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예술 기준의 다원화 등 미술계 안팎을 둘러싼 문화적·사회적 환경의 급변 같은 갖가지 요인이 얽히고설켜 악순환을 이루는 실정이다.

3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SeMA)이 연 ‘2019 한국 현대미술비평 집담회’가 서울 정동의 복합문화공간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렸다. 

하나금융그룹과 ‘SeMA-하나 평론상’을 운영 중인 미술관 측이 진행하는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하나로 동시대 비평(가)의 상황을 비평하는 메타 비평의 자리로 마련한 것이다.

집담회에서는 평론상 수상자인 신진 평론가 문정현·곽영빈·김정현·남웅이 발표하고, 시각문화연구자 윤원화 평론가가 진행을 맡았다. 

이날 집담회에서 신진 평론가들은 자신을 미술비평가란 이름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미술비평만이 아니라 영화, 시각문화 전반에 대한 비평활동은 물론 아예 기획자, 사회활동가로 활약하고 있어서다. 글쓰기를 넘어 행동가이다. 비평은 글쓰기라는 기존 관념을 허무는 이 같은 겸업, 다양한 정체성은 미술비평가의 새로운 역할 등 환경에의 적응이자 전업 미술비평가로선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평가로서의 어려움, 현재 연구 중인 주제 등을 소개한 집담회는 이 시대 젊은 미술비평가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문정현은 미술비평가를 “현장과 학술연구 사이에 낀 채 고난을 감수하는, 명민한 저널리스트도 아니고 뚝심 센 학자(전문가)의 근엄한 의자를 탐내서도 곤란한 초라한 존재자, 어느 쪽에도 낄 수 없는 사나운 박쥐의 생김새로 지면에 거꾸로 매달려 보초를 서는 고독한 문지기”로 표현하며 “여전히 글을 실을 지면 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어쭙잖은 영화, 한갓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욕망이 선행한다면 차라리 (평론하는) 그 손은 절단되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젊은 평론가로서의 결의를 드러냈다. 문씨는 통념적 미술비평을 넘어 “일본 만화, 영화,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 가수와 관련된 대중 이미지 등 시각문화 전반에 관한 글을 써왔고 앞으로도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곽영빈은 “나를 규정하는 이름들이 미술비평가·영화비평가·영화학박사·미디어아트 비평가·예술비평가 등으로 몇몇이 섞일 때도 있다”며 “평론상 수상 이후에도 미술비평가는 물론 다른 여러 이름으로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 다양한 이름처럼 그는 미술비평을 넘어 특정 부문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태도를 명확히 했다. 김아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사는 “미술에 대한 우리의 독해방식이 얼마나 분과학문에 매몰된 것인지를 보여준다”며 “동시대 미술의 정의와 조건이 확장된 상황에서 그의 비평 태도는 미술사·예술사 안에서 어떤 흐름을 파악하기 곤란해 일어나는 미술비평의 어려움을 타개할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현은 비평작업으로서의 글쓰기와 더불어 비평문의 아이디어를 실제 공연으로 펼쳐내고 있다. 비평과 기획을 겸업하는 그의 작업은 이 시대 비평가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준다. 그는 미술계에서 수시로 이뤄지는 퍼포먼스와 관련, “비평은 완결된 작업의 바깥에서 사후적으로 규범적 평가를 내리는 입장에 있었지만, 퍼포먼스는 예술작품의 창작과정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비평적 개입을 의식하도록 한다”면서 “사후 비평문 대신 기획서문을 쓰는 일은 비평적 글쓰기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비평의 퍼포먼스’에 대한 관심을 피력했다. 

남웅은 평론가이면서 성소수자 운동을 펼치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성소수자인 그는 “수상 이후 쓴 평론들은 성소수자 작가들, 첫 전시를 하거나 미술에 별다른 연을 갖지 않은 작가들, 논쟁적 상황을 끌어들이거나 젊은 작가를 끌어내고자 한 전시공간들이었다”고 밝혔다. ‘비평의 위기’를 둘러싼 상황·논쟁들을 언급한 그는 “결국 비평은 생업으로 삼기 어렵다는 결론”이라고 비평가로서의 어려움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전업 평론가로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은 한편으로 다양한 직능이 교차하는 다양한 비평가 모델과 텍스트 스타일을 창발케 한다”며 “사회운동을 본업으로 삼는” 자신의 태도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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